삶읽기

그리운 여우

pourm 2015. 1. 7. 10:56

지난 주말
대학원에서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과 함께 어울린 술자리 이후 내내 괴롭다.
물론 연초부터 하염없이 무너진 몸 상태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날 쏟아낸 허황한 말들이 자꾸만 나를 비웃는다.
공부라고는 출퇴근 길 떠들쳐보는 쪼각글이 전부인 주제에,
공부하는 이들 앞에서 설레발을 치다 우스운 꼴을 보인 거 같아 내내 괴롭다.
누군가 <지지리도 못난 삶의 머리끄덩이처럼>이라고 했던가.
공연한 집착이고 부질없는 짓인걸.
갈수록 힘에 겹고, 또 힘에 부친다. 산다는 게.
오늘따라 <얼음장 밑으로 빨려들어가 사리진>
동무 하나가 더 그립다. 

 (2015.1.7)

 

  "아 글쎄 그 여우 한마리가, 아는 척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야속해서
   세상을 차듯 뒷발로 땅을 더러 탁탁 쳐보기도 했을 터인데
   먹을 것은 없고
   눈은 지지리도못난 삶의 머리끄덩이처럼 내리고
   여우 한 마리가, 그 작은 눈을 글썽이며
   그 눈 속에도 서러운 눈이 소문도 없이 내리리라 생각하고 나는
   문득 몇 해 전이던가 얼음장 밑으로 빨려들어가 사라진
   동무 하나가 여우가 되어 나 보고 싶어 왔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자리를 차고 일어나 방문을 열어제껴 보았던 것인데
   눈 내려 쌓이는 소리 같은 발자국 소리를 내며
   아아, 여우는 사라지고_
   여우가 사라진 뒤에도 눈은 내리고 또 내리는데"

                                                             (안도현, <그리운 여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