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일기

정태춘 박은옥 공연 / 장강명, <표백>

pourm 2025. 6. 24. 19:41

1.
지난 일요일(6/22) 정태춘 박은옥 콘서트 <나의 시, 나의 노래>를 아내와 관람.
두 달쯤 전 15번째 결혼 기념일을 앞두고 예매.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

오전에 아이들 성당 복사가 있어 12시쯤 집에 돌아와서 점심 식사 후 청량리행 기차에 올랐다.
5시 공연이라 여유 시간이 있어서 근처의 <주시경 마당>엘 잠깐 들렀다.
공연 후 원주행 기차 시간에 맞추느라 지하철에서 정신 없이 뛰었다.

이전 노래와 더불어 5월에 발매한 신규 앨범의 노래들을 불렀다.
박은옥 씨는 지방에 이은 장기 공연에 따른 피로 때문인지 조금은 지쳐보였다.
정태춘 씨의 목소리는 여전히 힘이 있었다. 멋적은 춤사위은 웃음을 자아냈다.

새앨범의 노래들은 하나 같이 들을 때마다 눈물을 자아낸다.
이제는 모두 떠난 뒤에 혼자 남아 막다른 길에서 서성이며, '나의 노래는 과연 어떤 의미인가'를 여전히 그는 곱씹고 있다. 유년과 전생의 배를 마다한 채.

여전히 정태춘에 대한 짧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금새 그렇게 되지는 못할 것 같다.
우선은 새 앨범에 대한 짧은 노트를 끄적이고 싶다.
아마도 그는 그의 노래와 삶의 의미를  이 앨범에서 정리하려고 했던 것 같다.


2.
장강명, <표백>, 한겨레출판, 2011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장작. 
현재 여러 방송과 팟캐스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작가의 동아일보 기자 데뷔작.

기성 세대에 의해 만들어진 '완성된 사회'에서 모든 이들은 각자의 색깔을 잃고 '표백'되고 있다. 더 이상 새로운 변화가 불가능한 청년 세대가 '자살 선언'을 통해 이 사회에 대해 저항한다는 설정.
몇 가지 흥미로운 트릭이 있고, 특히 등장인물들이 예수와 그를 따른 순교자들의 죽음이 후대에 미친 영향을 염두에 두고 있는 설정 등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자살 선언'은 어떤 점에서 '공산당 선언'을 연상시키고, 또 한편으로는 '선언'이라는 화행 자체에 대한 나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선언은 어떤 조건에서 그 자신의 언표내적효과를 발휘하는가

그러나 전반적으로 어린애들 장난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등장인물의 자살 소동이나 그 밖의 연애나 취업 준비 및 직장생활 등은 물론이고, 이에 대한 작가의 서사마저도.
아직도 '지금 소설'을 읽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가 보다.

3.
녹색평론 1년 구독 연장.
전화를 받고 비로소 부랴부랴 입금.
격월간 시절 녹색평론이 배달될 때면 항상 설렜다.
그런데 계간지로 바뀐 뒤에는 잘 펼쳐 보지를 못한다.
이번호부터는 서평란부터 찬찬히 읽어 보련다.

(2025.06.2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