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의 문화사, 스티븐 컨, 박성관, 휴머니스트----1
내가 읽은시공간에 대한책은 대개 근대의 특징으로 균질성(uniformality)을지목했다.
근대에 접어들면서 시공간의 질적 차이가 무화되어 단일한 단위로 환원되고 이를 기반으로 인간의 생활 역시 균질한 행위로 절단 채취된다. 테일러주의와 포드주의가 그 극단일 터이다.
(이런 논의의 대표적인 예로 이진경의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 푸른숲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최소한 일단 시작은) 이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다루는 시기부터가 매우 최근(1880년부터 1918년까지)이다.
크로스비의 <Measure of Reality> 같은 책은 13세기와 14세기에 이루어진 시공간 인식의 변화를 다루고 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채롭다고까지 할 만하다.
이 책은 과학혁명 시기가 되면 거의 완성된 시공간 인식의 변화가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어떻게 변이되었는가 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뉴턴의 절대적 시공간이 아인슈타인에 의해 상대화되었고, 순서 없이 뒤죽박죽된 무의식이 프로이드에 의해 주창되었고, 영화에서는 몽타쥬 기법으로 시간 개념에 일대 충격을 주었으며, 문학은 사적이고 주관적인 시간을 전면에 내세웠다(이 책에서는 조이스의 <율리시스>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예로 들고 있다).
현재까지 100쪽 정도 밖에 읽지 못했지만, 벌써 묵직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단일한 공적 시간의 현실성을 버리고 사적 시간의 현실성을 승인할 것. 나아가 시간의 성질을 비균질적, 유동적, 가역적인 것으로 파악할 것. 이것은 시대적 요청이었다. ...... 세계 공통의 시간이 보편적으로 부과되자 사적 시간에 있어서의 독특한 사적 경험이 침식되기 시작했다. ...... 세계시간의 전제(專制)와 개인의 자유 사이에 조성된 팽팽한 긴장 ......”(101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