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일기

<9월이여, 오라>

pourm 2011. 9. 19. 10:17


8월. 개학과 동시에
담임의 사인까지 받은 자퇴 원서를 들고 들어온
고1 짜리 아들에게, 그는
인도 작가 아룬다티의 <9월이여, 오라>를 선물했단다.
그런 그 역시 직원이 150명에 이른다는 '거대 출판사'에
8월부로 사직서를 내던진 참이었다.
그도, 그의 아들도 9월부터는 실업자 신세인 마당에
<9월이여, 오라>니....

그들에게 이 9월은 어떠할까?
아마 엄마/아내와 누나/딸이 집을 비운 사이
임대아파트 좁은 거실에서 아들과 아버지는 오전 내내 말러를 듣기도 하겠지.
아룬다티의 '근본주의'에 의기투합할까? 아니면 의견이 갈려 씩씩 대기도 할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삶에 대해, 그리고 그 삶의 의미에 진지한 그들에게
쓸쓸하지만은 않은 계절이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갑자기 서늘해진 9월의 아침.
괜히 마음이 허전하고, 또 무겁다.
아직은 떨어질 때가 한참도 더 남은 이파리들이
스산하게 서로를 부벼대느라, 내 마음이 어떤지는
안중에도 없는가,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