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야마 마사오, '원형, 고층, 집요저음' ([일본문화의 숨은 형] 중에서)

[일본문화의 숨은 형](소화) 중 마루야마 마사오의 '원형, 고층, 집요저음'을 읽다. 재미있게 읽었다. 일본의 특수한 집단의식, 문화적 원형은 무엇인가... 하는 어찌 보면 좀 고리타분하고 더욱이 위험스러울 수 있는 논의지만, 그리 심각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마루야마의 글은 방법론에 해당하는 것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방법론이라고 하기보다는 그 일본만의 특수한 무의식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 하는 용어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용어가 바로 그 개념을 말해 주는 것이니, 주변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융 또는 정신분석학적인 냄새가 나는 원형(Archetypes), 지질학 용어 高層, 음악 용어라는 執拗低音으로 마루야마는 일본문화의 숨은 형을 (이미) 설명했단다. 재미있는 것은 들뢰즈 가타리의 논의를 자꾸 생각나게 한다는 것. 단순히 용어상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그들도 천 개의 고원에서 정신분석학적 개념, 그리고 지질학적 개념, 그리고 리트로넬리라는 음악적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집요하게 되풀이 되는 저음이라...마루야마의 이 개념이 집요하게 되풀이 해 내 심중을 울리고 있다.
"고층, 집요저음이라는 비유를 사용해서 죄송하다, 하지만 맑스라는 위대한 사상가도 토대, 상부구조라는 건축학적 용어를 비유했지 않았나..." 하는 부분이 이상하게 계속 머리에 남는다. 알튀세가 토픽이라는 말을 끄집어내면서 우리에게 그렇게도 환기시켰던 바인데도 여전히 우리는, 혹은 나는 그걸 깨닫고 있질 못한가 보다. 그게, 토대와 상부구조가 건축 용어의 비유라는 걸. 이렇게 그 문장이 계속 기억나는 걸 보니.
읽는 내내 일본통사를 훑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