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사_내원암_백담사

삶읽기 2010. 10. 20. 14:35



1.

오대산 月精寺의 전나무 숲은 듣던 대로 호젓했고

단풍은 뜻밖에도 붉었다.

서늘한 나무 냄새에 나는 아내의 손을 잡았다.

그러나 경내는 요란했고

茶器를 앞에 두고손님을 기다리는 여인들의 옷고름은 지쳐 있었다.

가는 곳마다 사람과 차에 치여 힘겨웠으니,

차라리 횡계의 양떼목장이 고요했다. (10/17)


2.

흔들바위를 향해 묵묵히 걷기를 1시간,

그 바로 아래에 있는 內院庵에 닿았다.

예정에도 없던 이 길은,

케이블카를 세 시간이나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었고,

뱃속에 200그램의 아이를 품은 아내가 예서 지쳤기 때문이었다.

넓은 마당은 물이 고여 고요했고, 붉은 설악의 산세가 내려와 평온했다.

가는 곳마다 사람과 차에 치여 힘겨웠으나,

마침내 설악의 안쪽을 만져 본 것 같아설렜다. (10/18)

3.

미시령 새 길을 빠져 나오자마자,

하마터면 노칠 뻔한 용대리 백담사길로 접어들었다.

가는 곳마다 사람과 차에 치여 이제는 속절없이 그 속에 섞여들 무렵

백 번째 못을 건너

만해를 만났다.

38살 겨울 그는 무슨 소리를 들었던 것일까.

눈 속의 복사꽃은 어쩌자고 펄펄 날렸던 것일까.


丁巳 十二月三日 夜十時頃 坐禪中 忽聞風打墜物聲 疑情頓釋 仍得一詩

男兒到處是故鄕

幾人長在客愁中

一聲喝破三千界

雪裡桃花片片飛

‘소 찾는 아이’를 좇느라 둘레를뱅그르 돌았던

極樂寶殿의 편액이

전두환의 글씨라는 사실을 서울에 와서야 알고

아연실색했다.

만해와 일해, 이건 또 무슨 因緣인가. (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