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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

김현경, , 문학과지성사 기억을 위한 메모 1. 인간과 사람의 구분. 아감벤의 의미에서 조에와 비오스의 구분. 벌거벗은 생명, 인구로서 관리당하는 인간이 아니라 가면을 뒤집어쓰고 사람 연기를 하는 그 누군가가 바로 사람. 그러나 물론 가면 뒤에 숨어 있는 실체와 같은 것은 없다. 사람 자체가 가면을 쓰고 다만 연기하는 존재일 뿐. 가상의 장소/공간에 마련된 어떤 자리에 설 때 비로서 사람의 연기가, 사람이 가능하다. 사람이 되기 위한 내적이고 본질적인 무엇이 있어서 그것을 획득할 때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역할/행위/연기를 수행함으로써 비로서 사람이 된다. 수행성. 2. 환대란 타자에게 자리를 내 주는 것, 그의 자리를 인정하는 것. 그가 편안하게 '사람'을 연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리하..

책일기 2026.07.29

질 들뢰즈, <정동이란 무엇인가?>

이달의 책(7월) 질 들뢰즈, , ([비물질 노동과 다중], 갈무리, 2005)에 대한 메모 1. 우발적 마주침. 신체와 신체가 만난다. 태양의 뜨거운 기운과 나의 피부가 만날 수도 있고, 슈베르트의 현악4중주가 나의 청각신경과 만날 수도 있다. 신체와 신체의 만남은 서로 조화/공명을 이루는 관계일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한 오히려 사로의 신체를 해체/배제하려는 관계일 수도 있다. 나와 합치/공명하지 않는 관계의 신체와 만났을 때 나는 그 신체를 제거하기 위해 나의 힘을 투여한다. 전력을 다한다. 거기에 집착한다. 기븐 나쁜 소리는 나의 집중을 방해한다. 나는 거기에 신경을 빼앗긴다. 짜증이 나고 화가 난다. 스피노자는 이를 슬픔이라고, 능력의 감소로 보았다. 그러나 나와 합성/공명하는 신체와 만났을 ..

책일기 2026.07.29

조르조 아감벤, <언어의 성사 - 맹세의 고고학>, 새물결

이 달의 책(6월) 조르조 아감벤, , 새물결 이 책은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 기획의 일환이다. 호모 사케르는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인간 사회의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신적 영역에서도 무가치한 존재이다. 정치적으로도 종교적으로도 배제된 자이다. 그러나 그러한 예외적인 상태/존재를 창출하는 것이 바로 주권자이고 정치이다. 나는 신에게 맹세한다. 만약 내 말이 거짓이라면 신의 가혹한 저주를 받을 것이다. 또 법정에서 내 증언이 거짓이라면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노라고 맹세한다. 맹세는 자신의 말에 자신의 존재를 거는 발화행위이다. 이때 어떤 사태가 발생하는가?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맹세한다. 철석 같이 굳은 다짐.그러나 맹세는 언제나 필연적으로 나의..

책일기 2026.07.06

고쿠분 고이치로, <중동태의 세계>, 동아시아에 대한 메모

고쿠분 고이치로, , 동아시아에 대한 메모1. 고대 그리스어에 남아 있던 중동태라는 동사의 굴곡 범주를 통해 논의를 전개. 아리스토텔레스가 에서 구분한 10개의 범주 중에 1~6은 명사, 7~10은 동사에 관한 것. 7, 8번은 그 가운데 중동태에 관한 것. 에밀 방브니스트는 아리스토텔레서의 이 범주 구분은 그리스어에 있던 문법 형태에 의해 영향 받은 것이라고 주장(). 이에 대한 데리다의 반박, 혹은 트집잡기. 중요한 것은 인도유럽어에는 원래 능동-중동의 구분이 기본이었다가 중동이 쇠퇴하여 능동-수동의 이분법이 주가 되었다는 것. 지금 일반화된 능동-수동의 아니라, 본래의 능동-중동의 관점에서 사태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 2. 중동은 주어의 행위이지만 그 행위가 밖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 내부..

책일기 2026.04.22

뤼디거 자프란스키, <쇼펜하우어>, 이화북스

이 달의 책 (4월) , 뤼디거 자프란스키, 이화북스 칸트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선험적 조건(감각의 형식과 오성의 범주)을 정초함과 동시에 인간 이성의 한계를 명확히 했다. 선험적 조건 저 너머에 있는 '물자체'에는 결코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칸트의 인식론에서 '물자체'는 따라서 말끔히 해결할 수 없는 일종의 '잔여물' 같은 것이다. 체계가 결코 해명할 수 없으나 그것 없이는 체계가 와해되는 핵심적인 요소. 그러나 칸트의 후계자들, 즉 독일 관념론을 이끈 피히테, 셀링, 헤겔은 이 잔여물을 철학의 체계에 남겨 놓고 싶어 하지 않았다. '물자체'를 해명하고자 했다. 예컨대 피히테의 자아 철학. 피히테는 칸트의 날카로운 주체와 객체의 이분법을 넘어서고자 했다. 그의 '자아'는..

책일기 2026.04.06

마르셀 모스 / 앙리 위베르, <주술론>, 파이돈

이 달의 책 (3월) 마르셀 모스 / 앙리 위베르, , 파이돈 프레이저는 에서 주술의 본질이 (초자연적현상/신을) 강제하고 속박하는 데 있다면, 종교는 (신을) 달래고 회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비해 마르셀 모스는 에서 주술의 본질이 (대체로 비밀스러운) 저주에 있고, 종교는 공적/제도적으로 신적 존재를 숭배한다는 데 그 본질이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주술 역시 종교와 마찬가지로 반드시 공동체의 집합적 표상이 전제된다. 강제나 속박도, 달래기나 회유하기도, 또한 저주든 숭배든 그러한 행위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의례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그와 결합된 특정한 언표(utteranc)가 전제된다. 조건을 갖춘 사람(주술사/성직자)과 미리 정해진 의례. 특정한 조건과 결합된 언표. 그때 저주와 기도는..

책일기 2026.04.03

애나 로웬하울트 칭, <세계 끝의 버섯>, 현실문화

이 달의 책. (2월) , 애나 로웬하울트 칭, 현실문화 왜 버섯인가? 버섯과 나무가 맺는 상리공생의 관계. 염색체의 유전자를 찾아 떠난 진화생물학의 성공은 독립된 개체를 의심할 수 없는 기본 단위로 삼게 했다. 그러나 버섯의 생태는 독립된 개별 단위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사유를 대체하기 위해 들뢰즈/가타리가 뿌리줄기(리좀)를 강조하는 것에 비견할 수 있겠다. 그리고 송이버섯과 소나무가 주변 환경과 맺는 생태적 관계. 특히 폐허에서 돋아나는 삶의 관계. 송이버섯과 소나무는 인간에 의해 교란된 숲에서만 자란다고 한다. 더 나아가 송이버섯과 관계 맺는 채취인의 삶. 미국 북서부 캐스케이드 산맥에서 송이를 채취하는 아시아계 이주민들. 인도차이나 전쟁의 트라우마와 자유, 시민권이 송이 ..

책일기 2026.04.03

잭 구디, <야생 정신 길들이기>, 푸른 역사

1. '야생 정신 길들이기'라는 이 책의 제목은 명백히 레비스트로스의 '야생의 사고'를 겨냥해 지은 것이다. (한국어판의 '정신', '사고'는 모두 'mind'에 해당하는 단어를 번역한 것) 기존의 인류학이 '원시 사회'를 이해하는데, 자신(문자 사회)의 범주와 개념, 지식의 체계를 활용하였다는 점, 그리하여 실체에 완전히 잘못 접근했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 그 비판이 향하는 과녁에는 뒤르케임과 레비스트로스는 물론이고 말리노프스키, 모스와 같은 이들도 포함된다. 독필 사회의 특징인 도표, 도식, 리스트를 활용한 구술사회 이해는 과연 정단한 것인가? 2. 구술성의 특징을 보여준다는 예컨대 호메로스 서사시의 이른바 '공식'은 그러나 문자사회에서 비로소 가능한 것. (왈터 옹 역시 구술성의 특징이라고 본 서사..

책일기 2026.02.03

본원축적과 커먼즈의 해체, 그리고...

,피터 라인보우, 갈무리 1215년 존왕과 귀족들 사이에 맺어진 협정 , 그리고 그에 짝을 맺어 전해져 온 이 서구의 역사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어떤 역할을 수행해 왔는가 하는 점을 다룬다. 왕의 권한을 제한한 는 물론 미국 독립선언서나 프랑스 인권선언에 영향을 준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저자는 예컨대 자의적인 인신구속을 금지하는, 그리하여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의 전통보다는, 그와 함께 짝을 이루었던 이 보장했던 공통권/커먼즈를 강조한다. 그리고 마그나카르타의 공통권/커먼즈가 상품 경제와 제국주의 시대에서 '강제로' 잊혀지는 역사적 과정과 맥락을 조명한다. 임노동에 기반한 자본주의는 커먼즈의 해체=본원축적을 통해서만 비로소 성립할 수가 있다. 17세기 이후 다시 호출된 는 개인의 자유를..

책일기 2026.01.22

2025년, 그래 그거면 됐다

그래 이 정도면 됐다. 비록 아직 마치지 못한 글이 남아 있지만, 그래도 매일 한 단락일지언정 쓰고 있지 않은가. 단 한 문장이라도 매일 쓴다는 다짐. 그래 올해도 이만하면 됐다. 2025년 가장 잘한 일은 아마도 밤 운전을 하지 않기로 한 것. 8월 운전면허 갱신 때 고심했고, 11월 안과 진료 때 결심. 그리하여 12월부터 버스로 출퇴근. 무수막 마을에서 내려 말라비틀어진 논과 대추밭 사이를 지나, 매지호를 끼고 돌아 연구실로 들어오는 길. 슈베르트의 첼로 소나타(양성원)를 들으며 걷는 호사! 올해의 책. 단연코 ,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한 이 두 책. 아들놈이 따라 읽으며 관심을 보인다. 생각 못했던 일이다. 녀석이 나랑 같은 책을 읽는 날이 올 줄이야. (비록 요즘은 김진명을 읽더만)..

삶읽기 2025.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