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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평론> <장치란 무엇인가?> <게오르그 짐멜의 모더니티 풍경 11가지>

1. 2월부터 읽고 있는 책들 녹색평론 184호, 2023년 겨울호 김덕영, 게오르그 짐멜의 모더니티 풍경 11가지, 길, 2007 조르조 아감멘, 장치란 무엇인가, 난장, 2010 민태기, 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 위즈덤하우스, 2023 최정운, 한국인의 탄생, 미지북스, 2013 장기영, 보란듯한 몸, 초과되는 말들: 베리어컨셔스 공연, 이안재, 20232. 을 다시, 읽다. 김종철 선생의 돌아간 뒤에 왠지 을 잘 읽지 않게 되었다. 걸려 오는 전화에 응원의 말들을 엊어드리기는 했으나, 왠지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가끔씩 펼쳐 들어도, 오히려 김종철 선생이 만들던 때와 너무 똑같아, 예컨대 권두언의 문체마저 그대로라서 책장을 덮었던 적도 있다. 마음 먹고 다 늦은 겨울호를, 그렇다 이제 계간지가 ..

책일기 2024.03.02

조국은 나의 사표

조국은 나의 사표(師表)! 사람들은 조국 전 장관, 수석, 교수를 사법개혁의 화신이라고도 하고 천하의 인간 쓰레기라고도 한다. 그러나 그는 평험한 시민이었다. 우리의 평균적 욕망이 투여된. 명백한 불법이나 사기가 아니라면 수익율 좋은 투자처에다가 돈을 굴려서 강남에 건물을 사고 싶었다. 너나 없이 그렇듯이. 어떻게든 내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고 좋은 직장에 보내고 싶은 아버지였다. 누가 그렇지 않겠는가. 거기다가 사회의식이 넘쳐나서 보수꼴통들의 몹쓸짓을 언제나 준엄하게 심판하는 민주인사였다. 게다가 그는 이름도 무시무시한 '사노맹'의 맹원이었다지 않은가. 아마 누군가 이명박을 꿈꾸었다면, 나는 조국을 꿈꾸었을지도 모른다. 말도 할 수 없이, 너무나도 멋진. 그리하여 그는 나의 사표다. 이름하야 '조국 ..

삶읽기 2024.02.03

<하이데거 극장>, <휘어진 시대>

1. 한달에 한번 정도 "책일기 삶읽기"를 쓰도록 한다. 지난 연말부터 새벽 시간이나 잠자기 전 짬을 내 세 종의 책을 읽고 있다. 고명섭, 1,2, 한길사, 2023 남영, 1,2,3, 궁리, 2023 박희병, 1,2,3, 돌베개, 2023 연말 연초 대학원생들과 세미나에서 읽은 책 개리 거팅, , 훙은영 박상우 옮김, 백의, 1999 주시경의 저작인지 아닌지 불분명한 채로 3권에 수록된 의 정체를 (비로소 이제야!) 파악하기 위해 1908~1910년 사이에 발표된, , , 의 내용과 교차 검토 중. 2. 을 시작한 것은 12월 초인 듯. 자브란스키의 를 읽다가 그의 장광설에 질려 버린 경험에 반신반의. 한겨레 신문에서 읽던 고명섭의 글은 언제나 미적지극한 느낌이었기에 역시 반신반의. 그러나 하이..

책일기 2024.02.03

‘사회언어학’을 찾아서- 언어 연구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사회언어학

1.“전공이 어떻게 되시나요?”가장 난감한 질문 가운데 하나다. 물론 질문한 사람이 누구인지, 그 상황이 어떠한지에 따라 그저 “국문과 나왔습니다.”라는 간단한 말로 대답이 가능할 수도 있다. 또 역사나 철학, 문학 전공자의 질문이라면 ‘어학’이라는 한 마디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예컨대 국어학 전공자들 사이에서 나온 질문이라면, 내 대답은 갈피를 잡지 못한다. 한때는 ‘사회언어학 전공’이라는 대답을 아무 거리낌 없이 한 적도 있다. 처음 학술발표를 한 곳도 한국사회언어학회였고, 난생 처음 학술논문을 게재한 곳 역시 >󰡕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인가 내 전공이 과연 사회언어학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또 사회언어학 전공을 자임하는 분들한테서 일종의 위화감 같은 것을 느끼기도 했다. 사회..

책일기 2021.05.25

어느 언어학자의 문맹 탈출기

서평. 백승주, , 은행나무, 2019.1.그는 언어학자이자 언어교육의 최전선에 있었던 언어교육학자이다.그리고 기호학과 언어심리학, 혹은 심리언어학에 조예가 깊다.그는 이 책에서 인간이 말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특히 언어적 규칙을 공유하지 않은 타자의 입장에서 겪은 다채로운 경험을 통해 이야기한다.그리고 언어학자이자 언어교육학자로서 상하이에서 보낸 1년을 소개한다.상하이의 뒷골목과 박물관, 백화점을 걷던 그는 느닷없이 신촌의 지하철과 이대역 근처의 자취방, 그리고 제주의 풍광과 역사로 우리를 안내한다.마오와 중국 공산당은 우리의 국가주의를 되돌아보게 하고, 상하이에 만난 기괴한 건축물을 통해 그의 일가가 겪은 4.3의 비극을 차분히 이야기한다.2.그와 나는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처음 만났다..

책일기 2020.08.11

원주통신: 제2신

민주제와 열린사회의 적들을 다시 생각한다1. 작년 11월 정태춘의 원주 공연이 있었다. 여름쯤 그 소식을 들었던 것 같은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티켓 구입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10월부터는 공연을 관람할 수 없는 어떤 불가피한 일을 만들고만 싶어졌다. 다행히도(?) 어머니가 잡은 김장 날이 공교롭게도 바로 공연이 있었던 날이었고, 그날 우리 가족은 충주에서 저녁까지 먹고 밤늦게 원주로 돌아왔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니, 공연장에서는 정태춘의 노래를 들은 적이 없었다. 아마 처음은 93년 가을 경희대 농민대회였고, 마지막은 2002년 대선 분위기가 한창 달아오르던 가을께 연대 노천에서였던 것 같다. 정태춘의 노래를 객석에 앉아 들을 용기가 나지 않았던가.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지만, 그 공연 며칠..

원주통신 2020.07.17

검역과 고립, 그리고 40일

검역, 격리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quarantine이 있다. 40을 뜻하는 quarante(불어), quaranta(이탈리아어)에서 온 말이다. 중세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전염병 전파를 우려해 입항한 선박에서 40일간 선원의 하선을 금지한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크루즈선에서의 하선을 금지했던 일본 정부는 아마 저 중세의 전염병 대책을 본땄던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 아침, 문뜩 지금 우리 모두는 간절히 땅을 밟아보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배에 갇혀있는 그런 신세가 아닌가 생각했다. '31번 환자'가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이 지난달 20일 전후였으니, 그리고 나서 심각한 공포가 우리를 엄습했고 자발적/강제적 '사회적 거리두기'가 우리 모두를 규율하기 시작했으니, 각자의 배 안에 갇힌 지 한달쯤 된 ..

삶읽기 2020.03.27

녹색당/정의당의 선거연합정당 관련 결정에 부쳐

녹색당이 전당원 투표를 통해 선거연합정당 참여를 결정했다. 마음이 복잡하다. 정의당의 선겨연합정당 불참 결정을 듣고, 노회찬과 심상정이 당원 투표 끝에 내린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고 탈당하여 유시민+이정희의 통합진보당에 합류한 이래, 거의 처음으로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누군가를 반대하기 위한 투표. 누군가가 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하는 투표. 선거연합정당의 명분은 이것이다. 그러나 나는 지지하는 이에게 투표하고 싶다. 심지어 선거연합정당은 사실상 촛불을 앞세워 집권한 이들이 주도하고 있고, 그들은 견재 받고 심판 받아야 하는 주요한 정치세력이지 않은가? 이명박-박근혜가 다시 돌아온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으로 이 이상한 정당, 가설정당의 정당성은 충족되는 것인가? 그러나 아, 비판적 지지의 망령..

삶읽기 2020.03.16

원주통신: 제1신

원주기독교병원에서의 일주일 1. 지난주 금요일(11/15). 한 달에 한 번 서울에서 하는 세미나를 마치고 대학 동기들과 잠깐 만났다. 대학 때 매일같이 어울려 다니며 소란을 피우던 놈들인데 이제 서울서 창원서 원주서 제각각이다. 이렇게 잠깐이나마 모이는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다. 토요일(11/16)에는 김장을 하러 어머니가 계시는 충주엘 갔다. 이모와 이모부님이 벌써 영동에서 와 계셨다. 아내는 아내대로 나는 나대로 애들은 애들대로 제 일을 찾아서 모두 분주했다.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일요일 하루 종일 쉬면 괜찮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일요일 오후에 살펴보니 오른쪽 고환이 꽤 붓고 딱딱해져 있었다. 월요일 아침 일찍 방광염 때문에 몇차례 다녔던 원주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의 비뇨기과를..

원주통신 2019.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