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일기 66

정태춘 박은옥 공연 / 장강명, <표백>

1. 지난 일요일(6/22) 정태춘 박은옥 콘서트 를 아내와 관람. 두 달쯤 전 15번째 결혼 기념일을 앞두고 예매.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 오전에 아이들 성당 복사가 있어 12시쯤 집에 돌아와서 점심 식사 후 청량리행 기차에 올랐다. 5시 공연이라 여유 시간이 있어서 근처의 엘 잠깐 들렀다. 공연 후 원주행 기차 시간에 맞추느라 지하철에서 정신 없이 뛰었다. 이전 노래와 더불어 5월에 발매한 신규 앨범의 노래들을 불렀다. 박은옥 씨는 지방에 이은 장기 공연에 따른 피로 때문인지 조금은 지쳐보였다. 정태춘 씨의 목소리는 여전히 힘이 있었다. 멋적은 춤사위은 웃음을 자아냈다. 새앨범의 노래들은 하나 같이 들을 때마다 눈물을 자아낸다. 이제는 모두 떠난 뒤에 혼자 남아 막다른 길에서 서성이며, '나의 노래는..

책일기 2025.06.24

<녹색평론> <장치란 무엇인가?> <게오르그 짐멜의 모더니티 풍경 11가지>

1. 2월부터 읽고 있는 책들 녹색평론 184호, 2023년 겨울호 김덕영, 게오르그 짐멜의 모더니티 풍경 11가지, 길, 2007 조르조 아감멘, 장치란 무엇인가, 난장, 2010 민태기, 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 위즈덤하우스, 2023 최정운, 한국인의 탄생, 미지북스, 2013 장기영, 보란듯한 몸, 초과되는 말들: 베리어컨셔스 공연, 이안재, 20232. 을 다시, 읽다. 김종철 선생의 돌아간 뒤에 왠지 을 잘 읽지 않게 되었다. 걸려 오는 전화에 응원의 말들을 엊어드리기는 했으나, 왠지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가끔씩 펼쳐 들어도, 오히려 김종철 선생이 만들던 때와 너무 똑같아, 예컨대 권두언의 문체마저 그대로라서 책장을 덮었던 적도 있다. 마음 먹고 다 늦은 겨울호를, 그렇다 이제 계간지가 ..

책일기 2024.03.02

<하이데거 극장>, <휘어진 시대>

1. 한달에 한번 정도 "책일기 삶읽기"를 쓰도록 한다. 지난 연말부터 새벽 시간이나 잠자기 전 짬을 내 세 종의 책을 읽고 있다. 고명섭, 1,2, 한길사, 2023 남영, 1,2,3, 궁리, 2023 박희병, 1,2,3, 돌베개, 2023 연말 연초 대학원생들과 세미나에서 읽은 책 개리 거팅, , 훙은영 박상우 옮김, 백의, 1999 주시경의 저작인지 아닌지 불분명한 채로 3권에 수록된 의 정체를 (비로소 이제야!) 파악하기 위해 1908~1910년 사이에 발표된, , , 의 내용과 교차 검토 중. 2. 을 시작한 것은 12월 초인 듯. 자브란스키의 를 읽다가 그의 장광설에 질려 버린 경험에 반신반의. 한겨레 신문에서 읽던 고명섭의 글은 언제나 미적지극한 느낌이었기에 역시 반신반의. 그러나 하이..

책일기 2024.02.03

‘사회언어학’을 찾아서- 언어 연구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사회언어학

1.“전공이 어떻게 되시나요?”가장 난감한 질문 가운데 하나다. 물론 질문한 사람이 누구인지, 그 상황이 어떠한지에 따라 그저 “국문과 나왔습니다.”라는 간단한 말로 대답이 가능할 수도 있다. 또 역사나 철학, 문학 전공자의 질문이라면 ‘어학’이라는 한 마디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예컨대 국어학 전공자들 사이에서 나온 질문이라면, 내 대답은 갈피를 잡지 못한다. 한때는 ‘사회언어학 전공’이라는 대답을 아무 거리낌 없이 한 적도 있다. 처음 학술발표를 한 곳도 한국사회언어학회였고, 난생 처음 학술논문을 게재한 곳 역시 >󰡕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인가 내 전공이 과연 사회언어학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또 사회언어학 전공을 자임하는 분들한테서 일종의 위화감 같은 것을 느끼기도 했다. 사회..

책일기 2021.05.25

어느 언어학자의 문맹 탈출기

서평. 백승주, , 은행나무, 2019.1.그는 언어학자이자 언어교육의 최전선에 있었던 언어교육학자이다.그리고 기호학과 언어심리학, 혹은 심리언어학에 조예가 깊다.그는 이 책에서 인간이 말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특히 언어적 규칙을 공유하지 않은 타자의 입장에서 겪은 다채로운 경험을 통해 이야기한다.그리고 언어학자이자 언어교육학자로서 상하이에서 보낸 1년을 소개한다.상하이의 뒷골목과 박물관, 백화점을 걷던 그는 느닷없이 신촌의 지하철과 이대역 근처의 자취방, 그리고 제주의 풍광과 역사로 우리를 안내한다.마오와 중국 공산당은 우리의 국가주의를 되돌아보게 하고, 상하이에 만난 기괴한 건축물을 통해 그의 일가가 겪은 4.3의 비극을 차분히 이야기한다.2.그와 나는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처음 만났다..

책일기 2020.08.11

『공자와 논어』

1, 조국 노나라에서 자신의 이상을 펼치지 못한 공자는 위나라를 시작으로 14년 동안 자신을 팔기 위해 각국을 떠돌았다. (“팔아야지, 팔아야지. 나는 좋은 값을 기다리는 사람이다.” 沽之哉 沽之哉 我待價者也 ) 56살부터 14년, 70여 명의 군주를 만나고 다녔지만, 자신의 이상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정치를 맡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70에 고국으로 돌아온 그는 오경을 다듬으며 제자들을 가르쳤지만, 어찌 미련이 남아 있지 않았으랴. (“군자는 일생을 마치도록 이름이 나지 않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君子疾沒世而名不稱焉 )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아니하면, 또한 군자답지 아니한가?”(人不之不溫, 不亦君子乎 ) 를 펼치자마자 만나는, 필시 말년의 어록임이 분명할 이 대목은 그래서 차라리 처연하다..

책일기 2018.01.12

『언어 · 헤게모니 · 권력』서평 (4)

언어적 근대의 극복을 위하여– 가스야 게스케의 『언어 · 헤게모니 · 권력』(고영진 · 형진의 옮김, 소명출판, 2016) 서평 (4) 4. 언어적 근대의 극복을 위하여4.1.애석하게도 필자는 가스야 게스케의 『언어 ․ 헤게모니 ․ 권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문제를 제기할 만한 능력이 없다. 애초부터 그보다는 이 책을 구성하고 있는 15편의 논문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문제의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목표를 두었다.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책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내용 대부분이 국내에서는 잘 소개되지 않은 주제와 시각들이라 가급적 저자의 의도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 핵심을 추려내려고 노력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는지는 지극히 회의적이지만, 재독 삼독 그의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의 문제의식..

책일기 2018.01.08

『언어 · 헤게모니 · 권력』서평 (3)

언어적 근대의 극복을 위하여– 가스야 게스케의 『언어 · 헤게모니 · 권력』(고영진 · 형진의 옮김, 소명출판, 2016) 서평 (3) 3. ‘국어’의 사상과 언어의 존재론이라는 문제 - 전체론적 언어상의 형성 3.1.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가스야는 이 책의 제1부 2장에서 다이글로시아 개념을 통해 ‘국어’ 발생론을 매우 요령 있게 정리하고 있다. 다이글로시아란 물론 어떤 사회에서 한 언어의 두 변종, 또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언어가 사용되고, 이들의 사용 영역이 공식적인 공간과 일상적인 공간으로 엄격하게 구분되는 현상을 말한다. 편의상 두 개의 변종, 혹은 언어를 상층어와 하층어로 나눌 때 상층어는 그 공동체의 가치의 원천이 되는 문화적이고 종교적인 전통과 강하게 결부되어 있고 따라서 고도로 규범화되어..

책일기 2018.01.04

『언어 · 헤게모니 · 권력』서평 (2)

언어적 근대의 극복을 위하여– 가스야 게스케의 『언어 · 헤게모니 · 권력』(고영진 · 형진의 옮김, 소명출판, 2016) 서평 (2) 2. 근대의 새로운 권력 양식과 언어의 문제 - 언어와 헤게모니 2.1.가스야 게스케의 『언어 · 헤게모니 · 권력』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세 편의 논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가 근대 사회의 언어 문제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총론적인 성격의 글들이다. 언어에 대한 인위적 개임을 거부하는 근대 언어학의 ‘언어적 자유방임주의’가 실은 근대국가의 ‘국어’ 형성에 일정한 알리바이를 제공하고 있다거나(「언어인식과 언어정책 – 자연주의와 자유주의의 함정」), 다이글로시아 상황과의 대비를 통해 ‘국어’ 발생론을 매우 요령 있게 정리하고 개별주의적이면서도 ..

책일기 2018.01.03

『언어 · 헤게모니 · 권력』서평 (1)

언어적 근대의 극복을 위하여 – 가스야 게스케의 『언어 · 헤게모니 · 권력』(고영진 · 형진의 옮김, 소명출판, 2016) 서평 (1) 1. 촘스키와 푸코, 그리고 가스야의 일반문법 - 일반문법의 정치학 1.1.1971년 11월 네덜란드의 한 티비 프로그램에서는 촘스키와 푸코가 나눈 대담이 방영되었다. 촘스키는 영어로, 푸코는 프랑스어로 진행한 이 대담의 주제는 ‘인간의 본성’, ‘정의와 권력’ 같은 것이었는데 ‘전혀 다른 도구를 가지고 반대 방향에서 터널을 뚫어오고 있는 두 철학자’로 소개된 이들의 토론은 그러나 그리 생산적이었던 것 같지는 않다. 한쪽이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정의’가 무엇을 뜻하고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확고부동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데 비해 다른 한쪽은 그러한 개념이 성립하..

책일기 2018.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