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사무실, 식민지근대화론, 정치경제학과 구조주의, 홈에버, 생신

삶읽기 2007. 7. 1. 12:42

1.

과사무실 일로 신경이 많이 쓰인다.

과목 종별이 청강으로 되어 있는 것을 전공으로 수강신청을 한 학생, 이걸 제대로 지도하지 않은 선생, 그리고 청강과목은 전공학점에 포함되지 않는다는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과사무실, 또 과에서 청강과목으로 개설했음에도 전공과목으로 수강신청이 가능하게 만들어 놓은 대학원 ... 이런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다. 그런데 피해는 학생한테만 돌아가게 생겼다.

문제가 심각하다. 누군가 책임을 지어여 하는데, 아무도 그러지 않는다.

수강신청을 잘못한 학생도,제대로 지도하지 못한 선생도, 관련 사실을 공지 하지 않은 과사무실도, 시스템의 문제를 시정하지 않은 대학원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맘이 무겁다.

2.

엊저녁 한 방송의 시사프로를 보다가 마음이 답답해졌다. 서울대 경제학과 이영훈 교수에 관한 보도. 그는 뉴라이트쪽 잡지에 소설가 조정래가 아리랑에서 역사를 왜곡했다고 했다. 김제 평야가 일제에 의해 곡창지대로 변했는데도 일본사람들에 의해땅을 강제로 빼앗겼다는 것만소설에 그리고 있는 것은 잘못이라는 얘기다. 소설에 그려진 대량학살 장면등도 역사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를 방송하는 태도는 여전히 철없는 친일 교수의 망동이라는 식이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박정희와 전두환을 거쳐 김대중 노무현에 이르러 제법 단단한 형태로 자리잡은,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의이거대한자본주의적 착취 구조의 토대를 누가 먼저 만들기 시작했느냐고 한다면 일본 식민주의라고 답하기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근대화의 초석을 누가 놓았느냐고 했을 때는 식민주의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하지만 총독부가 벌인 토지조사사업이 조선 민중을 위한 것이 아니었듯이 (그건 도대체가 할 필요가 없는 이야기가다) 박정희와 전두환이 일사불란한 동원체제를 만들고 여기에 편승해 이병철과 정주영이 투자와 투기를 분간할 수 없는, 독점과 경쟁의 구별이 무의미한 짓거리를 한 것 역시 조선민중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총독부와 박정희 전두환이, 그리고 삼성과 현대가만들어 낸 것은 (합리적 혹은 비상식적) 착취구조이다.

안병직, 이영훈 교수를 위시한... (김철 선생을 포함한) 일군의 연구자들이 제기하는 것은 근본적으로민족주의에 대한 문제이다. 민족주의에 과학과 역사와 정치가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흐물흐물 문들어지는 우리사회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것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이 민족주의와 싸우듯이, 착취구조와 싸울 수는 없는가 하는 점이다. 과학과 역사와 정치, 그리고 삶을 문드러지게 하는데에는,이제 그 수명을 다하고 있는 민족주의보다, 신자유주의가 더 큰 공헌을 하고 있지 않은가. 대학도 문화예술계도 운동도 여가도 공부도 모두 이 블랙홀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그 안에서만 나름의 의미/가치를 부여받을 수가 있다. 교환가치 밖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3.

나는 정치경제학을 읽으며, 그리고 소쉬르를 읽으며 가치의 문제에서 전율한다.

아담스미스와 리카르도와 달리 맑스는 가치를 노동에서 찾지 않고 교환에서 찾았다. 자본주의의 (상품의) 가치는 노동이 아니라 교환을 통해서만이 인정된다.구조주의에 있어 의미는 지시대상이 아니라, 언어적 단위의 차이에 의해서 결정된다.(그렇다면 우리가 <자본>을 자본주의에 비판으로 읽듯, <일반언어학강의>를 근대적 언어 인식에 대한 비판이론으로 읽을 수 있을까?)

이런 걸 깨달을 수있었다는 것은 맑스도 소쉬르도 아직 완전한 근대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리라. 그 경계에 있었기에 더 예민했을 것.

4.

홈에버라는 대형할인마트의 비정규직 직원들이,

소위 비정규직보호법안의 시행일에 맞추어 파업을 '감행'했다고 한다.

5.

화요일 어머니 생신이었다. 하여 주말에 동생네가 올라왔다.

200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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