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학원에 돌아와 한 학기가 지났다.
석사를 졸업하고는 6년 만이고, 수업을 들은지는 7년 반 만이다.
쉬는 시간이 무섭다는 둥, 점심은항상 혼자 먹는다는 둥, 휴강이 되어도 나는 연락을 못받는다는 둥엄살을 떨고 다녔으나,
그래도 생각보다는 무사히, 대과 없이, 마감했다,
라고 하면 퍽이나 큰 일을 치룬 것처럼 틀릴 터이나, 아무튼 그럭저럭 지나가줘서,
다행이다.
여러사람들을 만났고, 나쁘지 않은 관계들을 맺어가고 있다.
아직은 어색하고 덜 편안하기는 하나,
고마운 이들이다. 여러모로.
2.
학기가 끝나자마자,
국어사 연구, 국어조사의 용법, 근대국어 연구1 등속의 이름을 달고 있는 전공책을
서둘러 책상에서 덜어내고
한학기 내내 염두에 두던 책들을 풀어놓았더니, 제멋대로 뛰논다.
<수량화 혁명>을 작업하며 만난 브뢰겔을 뒤적이다, 노성두라는 미술사 관련 저술가(?)와 연결되었다.
<브뢰겔>, 닐스 요켈, 노성두 옮김, 랜덤하우스 중앙
<예술가의 전설>, 에른스트 크리스, 노성두 옮김, 사계절
<브뢰겔, 아이들의 놀이>
동아시아의 언어적 근대성 해명이라는 거의실현 불가능한 무모한 여행길에 필요한 짐을 꾸리다가 현대중국이라는 경유지를 반드치 거쳐야 함을, 뒤늦게나마 깨달았으나 이 역시 요령부득이다.
<현대 중국을 찾아서>, 조너선 스팬스, 김희교 옮김, 이산
책을 만들고 나서내가 떠올랐다며, 옛 회사 동료가 전해준 고종석의 글은 항상 그렇지만,
가벼이 들춰 보다가 이내 정색을 하고 읽게 만든다.
벼리지 않아도 되는 귀족과 천재의 글에 비해 평민의 글은 고단하다. 고종석은 귀족인지 평민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다만, 그가 말하는 "모국어의 속살에 도달한 시인 공화국"에서그에게 시민권을 내주리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3.
학교는 떠날 때나 돌아와서나 뒤숭숭하기는 매한가지다.
21세기 한국 사회 어딘들 그렇지 않으랴마는,
과도, 공사판이다.매일같이 복개공사고
지나다니는 이들은 진창이라며 아우성이다.
지금의 선생들이 학생일 때 신촌은 포장이 안 돼 비만 오면 진촌이되었다고들 하던데,
여적 진촌이다. 학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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