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스주의와 언어학

책일기 2013. 7. 9. 10:00



맑스주의 언어학이란 것이 과연 있었던가? 언어를 상부구조의 하나로 본, 30년대 소련의 관제 언어학 마르주의의 교조성이 스탈린에 의해서(!) 거부된 이래 ‘부르주아 언어학’과 구별되는 ‘맑스주의 언어학’이란 것은 아마도 없었던 듯하다.

 

물론 볼로쉬노프나 바흐친과 같은 예외가 없지는 않았으나, 볼로쉬노프의 『맑스주의와 언어철학』은 랑그의 언어학, 즉 소쉬르식 구조언어학을 비판한 데서 더 나아갔다고 보기 어렵고, 바흐친 역시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의 대화성을 강조하기 위해 기존 언어학을 비판했을 뿐, 새로운 언어학을 구상했다고 할 수는 없다.

 

7,80년대 알튀세르 학파의 이데올로기론이 언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전개되었으나 초점은 어디까지나 이데올로기에 가 있었고 언어는 그 이데올로기가 가장 명확히 드러나는 장소일 뿐이었다. 사실 언어와 이데올로기의 관계는 여전히 모호하고 이데올로기에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언어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언어는 이데올로기라는 결코 지울 수 없는 문신을 걸머메고 살아가는 존재인 것인지 해명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데올로기 자체는 비 역사적이라는 즉 어느 국면에서 새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있었다는 알튀세의 라캉주의적 테제만이 남아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