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의 적막감

책일기 2011. 6. 27. 15:19

내가 여태껏 경험해 보지 못했던 답답함을 느끼게 된 것은 이 일이 있고 난 후부터였다. 나는 처음에는 왜 그런지 그 까닭을 몰랐지만, 얼마 후에야 생각이 났다. 한 사람의 주장이 남의 찬성을 얻게 되면 그것은 전진을 촉진하게 되고, 반대를 얻게 되면 그것은 분투를 촉진하게 된다. 홀로 낯선 사람들 속에서 소리쳤는데 낯선 사람들이 아무런 반응도 없이, 찬성도 없고 반대도 없으면, 마치 내 자신이 아득히 끝없는 황야에 버려진 듯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니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나는 그래서 내가 느꼈던 것을 적막함이라고 여겼다.

이 적막은 하루하루 자라더니 마치 큰 독사와 같이 나의 영혼을 칭칭 감아 버렸다.

루쉰이 이와 같은 적막감을 토로 한 것은 제1 소설집 <외침>의 ‘自序’에서이다.

이 문장 앞에서 그는 의학을 중도에 포기하고 문예운동을 결심하게 된 계기, 그러나 그 문예운동이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수포로 돌아간 사정을 설명하고 있다.

얼마 전 누군가를 기다리느라 어느 지하 통로에 앉아서 위의 구절을 읽다가 그만,

왈칵 울음이 나올 뻔 했다.

나의 영혼을 칭칭 감고 있는 이 고립감 때문이었을까?

이른 장마 탓이겠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갈 길이 멀지 않은가.

2011.6.27. 昌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