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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세대
삶읽기
2013. 10. 15. 14:34
'그레이스 세대' - 언젠가 이런 말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그레이스 백화점은 내가 92년 11월 학력고사 원서를 내러 올라오던 그날 개점했고
졸업하던 해이자 아이엠에프로 뒤숭숭하던 97년 현대로 넘어갔다.
선배들은 <신촌시장>을 경험했고, 후배들은 <그레이스>를 모른다.
나는 왠지 80년대 호황의 끝자락에 세워지고 아이엠에프 때 부질없이 무나진 그레이스가
내가 대학을 다니던 90년대 초중반을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 상사들인 80년대 학번은 술자리에만 앉으면 정치 얘기다. <민주주의>는 제몫인양.
아예 술자리를 기피하는 후배들은 여전히 그 엄청난 스펙을 관리 중이다.
90년대가 시작하자마자 울려퍼진 80년대 후일담은 이제 지긋지긋하고
아이엠에프 이후에 대학을 다닌 이들하고는 여전히 쉽게 가까워지지가 않는다.
민주 투사가 아니던 우리는 선배들의 <쟁가>가 늘 부담스러웠고
그렇다고 신세대도 아니었던 까닭에 <락카페> 역시 멋적기는 마찬가지였다.
<날적이>는 아직도 학회실에 덩그러니 놓여 있을 것만 같고,
<오늘의 책>에서 휘날리던 메모는 아직도 그 수많은 약속들을 간직하고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그레이스가 사라진 것처럼 난다랑도, 청홍도, 보은집도, 새와나무도 더이상 신촌에는 없다.
90년대가 거기에 없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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