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국 노나라에서 자신의 이상을 펼치지 못한 공자는 위나라를 시작으로 14년 동안 자신을 팔기 위해 각국을 떠돌았다. (“팔아야지, 팔아야지. 나는 좋은 값을 기다리는 사람이다.” 沽之哉 沽之哉 我待價者也 <子罕>)
56살부터 14년, 70여 명의 군주를 만나고 다녔지만, 자신의 이상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정치를 맡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70에 고국으로 돌아온 그는 오경을 다듬으며 제자들을 가르쳤지만, 어찌 미련이 남아 있지 않았으랴. (“군자는 일생을 마치도록 이름이 나지 않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君子疾沒世而名不稱焉 <위령공>)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아니하면, 또한 군자답지 아니한가?”(人不之不溫, 不亦君子乎 <학이>)
<논어>를 펼치자마자 만나는, 필시 말년의 어록임이 분명할 이 대목은 그래서 차라리 처연하다. 70이 넘도록 자신을 알아줄 사람을 찾아 헤맨 공자는 이 <학이>편에서 공부하는 자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자신과 제자들을 향해 주문처럼 읊조린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말라!"
제자들 역시 <학이>편의 마지막 대목을 같은 내용으로 편집함으로써 스승의 고통에 공명한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남을 알아주지 못할까를 걱정하라.” 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 그리고 이와 거의 같은 내용이 논어의 도처에 널려 있다는 사실은, 공자 학단이 얼마나 이 문제로 자주 번민에 빠졌었는지를 웅변한다.
不患莫己知 求爲可知也 <이인>
不患人知不己知 患其不能也 <헌문>
君子病無能焉 不病人之不其知也 <위령공>
2.
내가 <논어>를 한 자 한 자 짚어가며 배운 것은 십이삼 년 전의 일이니까 서른을 좀 넘기고서이다. 그러나 <논어>에, 거기에 등장하는 이들의 마음에 공명하며 읽기 시작한 것은 사오년 전인 마흔쯤부터가 아닌가 싶다. 그런 사실을 깨달은 것은 바로 위에 나오는 구절을 읽으며 내 마음이 무척 아프다는 것을 깨닫고서부터이다.
요시카와 고지로의 『공자와 논어』를 재독했다.
논어 해설서는 제법 많이 나와 있지만, 이 책만큼 공자의 일생과 당시의 주변 정세를 통해 논어를 개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하는 책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전반부는 잡지 <新潮>에 10회 동안 연재된 것이고, 후반부는 NHK에서 한달 동안(27회) 강연 형식으로 방송되었던 것이다.
다음은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을 내 나름의 키워드로 대강 정리한 것.
(보통의 일본책들과는 달리 소제목은 물론이고 장제목도 달리지 않아, 나중에 필요한 곳을 찾아 읽기가 어려워 일부러 정리했다.)
3.
『공자와 논어』, 요시카와 고지로 지음, 조영렬 옮김, 뿌리와이파리, 2006
중국의 지혜 - 공자에 대하여
1. 공자라는 사람
2. 논어라는 책
3, 인. 인문. 인본주의.
4. 정치
5. 학문
6. 위나라. 위령공-남자-괴외-태자. 공희(자로의 죽음)
7. 제나라. 제장공-최저-경봉/경사
8. 제경공-안영
9. 제경공-안영-공자. 제-노 회담.
10. 공자의 강인함. 인간/문명에 대한 확신.
고전강좌 논어
1. 일본에서의 논어 수용1
2. 일본에서의 논어 수용2
3. 공자 전기1
4. 공자 전기2 - 출생. 어릴 적 총명함.
5. 공자 전기3 - 좌구명. 子産, 소시적 잡인. 음악
6. 공자 전기4 - 제경공과의 일화. 제-노회담.
7. “군군 신신 부부 자자”(제경공과의 문답)의 해석
8. 제장공-최저, 경봉. 제경공.
9. 공자와 양화
10. 공자와 공산불요
11. 공자와 정치
12. 공자와 노자
13. 공자와 노장적 세계관
14. 공자와 인간의 길
15. 이토 진사이와 오규 소라이의 논어 해석
16. <향당>편의 해석. 제경공과의 대면. (제경공-노정공 회담)
17. 공자의 노나라 재직 시절. 공자와 전쟁/살육
18. 공자 노나라 재직 시절2 - 삼가(三家) 문제 → 주유(周遊) 14년
19. 공자의 14년 주유 - 위나라 (광에서의 위기. 子見南子)
20. 공자가 바라보는 色
21. 공자의 주유 - 공자 학단의 상호 신뢰. 당시 세간의 평. 공자의 소회
22. 공자의 말년1 - 오경 편정. 제나라 강공 시해 사건. 기린 출현. 죽기 전 꿈.
23. 공자의 말년2 - 인간에 대한 믿음.
24. 인간에 대한 신뢰. 끊임 없는 노력 강조(不患人不己知 患不知(人)也)
25.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운명 - 명. 천명. 사명. 운명.
26. 중용, 절도 있는 삶의 중시
27. 학문/문학의 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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