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오프 크라이스트

삶읽기 2005. 3. 30. 09:24


저녁 먹다가 얘기가 나와, 마침 사순절 기간이기도 하고 해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빌려 보았다. 역시 예수의 고난과 고통에 대해서만 그렸을 뿐, 그가 무엇을 했는가에는 관심이 없는 영화였다.

어느 누가 악(?)에 의해 고통 받았다고 해서 그가 곧 바로 선이 될 수는 없는 법. 그의 십자가형을 가지고 인류(물론 기독교신자들이라고 해야 정확하겠지만)에게 끝없는 죄의식을 심어준 행위가 기독교의 여러 잘못 가운데 으뜸이리라(물론 그 부분이, 신의 아들이 인간에 의해 십자가에 못박혀 죽는다는 그 사건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기독교의 종교성이겠지만).

그 죄의식은 나만 들볶는 게 아니라 주위의 멀쩡한 사람들까지 죄인으로 만든다. 기독교가 신의 이름으로 자행한 저 숱한 살육은 모두 이 죄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나의 죄를 씻기 위해 나는 오늘도 이교도를 섬멸한다. 죄의식은 강박과 편집증을 부르기 때문이다.

이 영화 역시 교회, 특히 구교의 그런 정통 이론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게다가 영화적으로도 촌스러운 부분이 많다. 무슨 누아르 영화처럼 과잉된 감정 표현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사탄의 모습은 영화에 몰입할 수 없게 만든다. 게다가 예수의 절명 순간, 하늘에서 떨어지는 한 방울의 눈물과 그로 인해 갈라지는 유대 성전이라니...

(2005.3.21.월. 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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