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크리스마스

삶읽기 2005. 9. 15. 15:43



1.

사자자리가 아니냐고, 8월생이 아니냐고 물었다.
30대냐고 했고 20대 후반이라고 대답하자, 에이 그렇게 이야기 하는 거 보니 30대구나 했다.
결혼은 했냐고 물었고 애가 둘이라고 하자, 옷 입고 다니는 거 보면 다 안다며 거짓말 하지 말라 했다.

2.
팔월의 크리스마스는 죽음에 관한 영화다. 죽음을 준비하는 어떤 방법...
주인공 정환과 똑같이 미혼의 30대이자 사자자리인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고 어떻게 죽음을 예비하고 있는가.
추억 말고, 내가 가지고 갈 '현재'는 무엇인가.

3.
박하사탕, 파이란, 팔월의 크리스마스 ... 모두 아픈 영화들이다. 모두가 아픈 시절에 나를 더 시리게 했던 영화들이다.
그런데 팔월의 크리스마스가 다른 두 영화와 다른 점은 배우나 감독의 힘이 영화를 압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석규도 심은하도 모두 저만치 물러나 있다. 정환과 다림 뒤로. 요란한 영화적 트릭도 없다.

4.
케이블에서 해주는 팔월의 크리스마스를 보면서 연신 눈가를 훔쳤다.
속이 허해졌다.
이제 웅크리고 있던 몸을 펼쳐야 할 것 같다.
숙이고 있던 고개를 쳐들어야 할 것 같다.

5,
크리스마스가 기다려진다.
런던의 친구가 그즘 혹 들어올지도 모른단다.
왠지 올 겨울은 스물일곱 이래로 버둥거리고 있는 내 서늘한 나날들이 미지근하게나마 데워질 것 같은 느낌이다.
가당찮게도....

8월의 크리스마스는 차가울까 따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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