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삶읽기 2005. 3. 21. 14:13

<기묘한 이야기>라는 일본 비디오를 빌려 봄. 세 편의 단편을 모아놓은 옴니버스. 첫째 이야기는 비행기 사고로 조난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공포/심리극. 둘째는 한 사무라이가 핸드폰을 손에 쥐게 되며 벌이는 소극. 무척 비중 있는 (걸로 보이는) 사건과 인물에 관한 애교 있는 비틂. 일본사에 대한 공부가 필요함을 다시 한번 느낌. 세 번째는 결혼 생활을 컴퓨터를 통해 가상체험하는 이야기.

첫째 이야기에서 나온 이야기 하나가 기억에 계속 남는다. 등산대가 조난을 당해 둘만 살아남는다. 한 사람이 다쳐 텐트를 치고 구조대가 오기까지 기다리게 된다. 식량이 남아 있었으나 성한 사람은 이를 부상자에게 알리지 않는다. 그는 밖을 살피고 온다며 하루에 세 번씩 텐트 밖으로 나가 배를 채우고 온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친 사람은 야위어 가고 결국 숨을 거둔다. 텐트에서 떨어진 눈밭에 시체를 묻는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그 시체가 자신의 옆에서 자고 있는 것. 깜짝 놀라 시체를 다시 파묻지만, 다음날 일어나보면 어김없이 시체가 지신의 곁에 누워 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는 극도의 공포에 빠지는데, 결국 생각해낸 것이 비디오카메라를 켜놓고 자는 것. 아침에 일어나니 역시 시체는 자시의 옆에 누워 있고, 카메라를 돌려 보니, 바로 자신이 시체를 들쳐 업고 들어와 자신의 자리에 누이더라는 것. 첫째 영화의 얼개도 이와 정확히 같음.

극중 스토리 텔러가 한 말도 인상 깊음. 세상에는 두종류의 사람이 있다. 이야기 하는 사람과 이야기 듣는 사람. 이야기 하는 사람이 제일 무서워하는 말은, 하나 더요. もう一度。나는 이야기하는 사람인가 듣는 사람인가. 하고자 하는 사람인가 듣고 싶은 사람인가.

일본 후지TV에서 10년 동안 방영되던 <환상특급>이란 프로에서 제일 인기 있던 것을 영화화한 것이라고. SMAP 주연의 특별판도 있다고 함.

(200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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