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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그레이버, <부채 그 첫 5000년의 역사>

데이비드 그레이버, 정명진 옮김, 2021. 빚, 부채는 반드시 갚아야만 하는가? 왜?빚을 갚지 않는 것은 도덕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의식/감각은 어떤 제도적 기반에서 나온 것인가? 1. 이 책은 등가교환이라는 시장의 언어가 상식이 된 현재의 상황에 대한 인류학적 비판, 그리고 물물교환이 경제 관계의 원초, 원시적 형태라는 상식과 경제학적 가정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다. 경제학은 언제나 물물교환의 상황을 상상하고 그 번거로움을 극복하고자 화폐 제도가 등장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신용거래가 나타났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인류학적으로 보면 한 공동체의 경제가 물물교환으로 돌아가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고(물물교환은 언제나 한 공동체와 다른 공동체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오히려 신용거래가 고대사회에서부터 ..

책일기 2025.07.07

시력 / 문전(文典) / 뉴욕 3부작

1. 오전에 자동차면허 갱신을 위한 적성검사. 사진 2장을 챙기느라 부산을 떨었는데, 정작 문제는 시력. 의사로 보이는 나이든 검사관의 갖은 도움으로 간신히 2종 면허에 해당하는 시력을 확보했다."이거 뭔가요?" "2?" "아닌데요." "그럼.. 3인가요??" "아닌데요." "음... 5???" "네 맞습니다." '"..."녹내장 판정을 받은지 이제 20년이 다 되어 간다. 1종 면허를 취소(당)하고, 2종 면허 발급을 기다리며 생각했다. 10년짜리 면허를 재발급받았으나, 10년 후에는 아니 그전에라도 운전을 그만둘 결심을 해야 하지 않을까.2. 오후엔 국립중앙도서관 고문헌실에서 (필사본)을 열람. 그동안 주시경의 저술로 알려졌으나, 주시경의 입장과는 다른 내용들이 있어서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려..

책일기 2025.07.02

정태춘 박은옥 공연 / 장강명, <표백>

1. 지난 일요일(6/22) 정태춘 박은옥 콘서트 를 아내와 관람. 두 달쯤 전 15번째 결혼 기념일을 앞두고 예매.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 오전에 아이들 성당 복사가 있어 12시쯤 집에 돌아와서 점심 식사 후 청량리행 기차에 올랐다. 5시 공연이라 여유 시간이 있어서 근처의 엘 잠깐 들렀다. 공연 후 원주행 기차 시간에 맞추느라 지하철에서 정신 없이 뛰었다. 이전 노래와 더불어 5월에 발매한 신규 앨범의 노래들을 불렀다. 박은옥 씨는 지방에 이은 장기 공연에 따른 피로 때문인지 조금은 지쳐보였다. 정태춘 씨의 목소리는 여전히 힘이 있었다. 멋적은 춤사위은 웃음을 자아냈다. 새앨범의 노래들은 하나 같이 들을 때마다 눈물을 자아낸다. 이제는 모두 떠난 뒤에 혼자 남아 막다른 길에서 서성이며, '나의 노래는..

책일기 2025.06.24

국제고려학회 토론문(2026.6.20.)

국제고려학회 서울 지부 •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공동학술대회 토론문 해방과 거의 동시적으로 분단이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해방 80년은 동시에 분단 80년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기간은 남쪽의 한국학과 북쪽의 조선학이 각자의 체계를 구축해 온 시간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러한 학술 사상은 각자의 체제와 연동된 것이었기에 여전히 서로에게 불온한, 금지된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상대의 텍스트를 불허한다는 것 자체가 여전히 (번역과 같은 매개 없이도) 즉각적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사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는 물론 서로의 ‘동질성’을 담보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동질성’에의 과도한 집착이 오히려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또한 역사적 경험을 통해 잘 ..

폭싹 속았수다 / 섬에 있는 서점

1. 지난 주말 16화를 모두 몰아 보았다. 너무 울어서 나중에는 기진맥진해질 지경. 현재의 화자가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지난 날을 회상하거나 추억하는 드라마나 영화는 많았다. 그런데 는 오로지 부모와 그 부모의 부모, 그중에서도 특히 어머니와 어머니의 어머니를 전력(?)으로 추억하고 회상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회상담과는 좀 구별되는 듯하다. (시대는 50년대 후반부터 2020년대 현재까지.)예컨대 애순과 금명에게는, 잠녀 이모(할머니)들과 친척들은 수두룩 하지만, 이렇다 할 만한 친구가 없다. 그것은 관식이와 은명이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그들이 살아온 시대가 그들의 삶에 전면적으로 개입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그것은 시리즈가 대학 시절 혹은 어린 시절의 친구들과 그 골목길/하숙집을 추억하는 것과 다..

삶읽기 2025.06.16

<녹색평론> <장치란 무엇인가?> <게오르그 짐멜의 모더니티 풍경 11가지>

1. 2월부터 읽고 있는 책들 녹색평론 184호, 2023년 겨울호 김덕영, 게오르그 짐멜의 모더니티 풍경 11가지, 길, 2007 조르조 아감멘, 장치란 무엇인가, 난장, 2010 민태기, 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 위즈덤하우스, 2023 최정운, 한국인의 탄생, 미지북스, 2013 장기영, 보란듯한 몸, 초과되는 말들: 베리어컨셔스 공연, 이안재, 20232. 을 다시, 읽다. 김종철 선생의 돌아간 뒤에 왠지 을 잘 읽지 않게 되었다. 걸려 오는 전화에 응원의 말들을 엊어드리기는 했으나, 왠지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가끔씩 펼쳐 들어도, 오히려 김종철 선생이 만들던 때와 너무 똑같아, 예컨대 권두언의 문체마저 그대로라서 책장을 덮었던 적도 있다. 마음 먹고 다 늦은 겨울호를, 그렇다 이제 계간지가 ..

책일기 2024.03.02

조국은 나의 사표

조국은 나의 사표(師表)! 사람들은 조국 전 장관, 수석, 교수를 사법개혁의 화신이라고도 하고 천하의 인간 쓰레기라고도 한다. 그러나 그는 평험한 시민이었다. 우리의 평균적 욕망이 투여된. 명백한 불법이나 사기가 아니라면 수익율 좋은 투자처에다가 돈을 굴려서 강남에 건물을 사고 싶었다. 너나 없이 그렇듯이. 어떻게든 내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고 좋은 직장에 보내고 싶은 아버지였다. 누가 그렇지 않겠는가. 거기다가 사회의식이 넘쳐나서 보수꼴통들의 몹쓸짓을 언제나 준엄하게 심판하는 민주인사였다. 게다가 그는 이름도 무시무시한 '사노맹'의 맹원이었다지 않은가. 아마 누군가 이명박을 꿈꾸었다면, 나는 조국을 꿈꾸었을지도 모른다. 말도 할 수 없이, 너무나도 멋진. 그리하여 그는 나의 사표다. 이름하야 '조국 ..

삶읽기 2024.02.03

<하이데거 극장>, <휘어진 시대>

1. 한달에 한번 정도 "책일기 삶읽기"를 쓰도록 한다. 지난 연말부터 새벽 시간이나 잠자기 전 짬을 내 세 종의 책을 읽고 있다. 고명섭, 1,2, 한길사, 2023 남영, 1,2,3, 궁리, 2023 박희병, 1,2,3, 돌베개, 2023 연말 연초 대학원생들과 세미나에서 읽은 책 개리 거팅, , 훙은영 박상우 옮김, 백의, 1999 주시경의 저작인지 아닌지 불분명한 채로 3권에 수록된 의 정체를 (비로소 이제야!) 파악하기 위해 1908~1910년 사이에 발표된, , , 의 내용과 교차 검토 중. 2. 을 시작한 것은 12월 초인 듯. 자브란스키의 를 읽다가 그의 장광설에 질려 버린 경험에 반신반의. 한겨레 신문에서 읽던 고명섭의 글은 언제나 미적지극한 느낌이었기에 역시 반신반의. 그러나 하이..

책일기 2024.02.03

‘사회언어학’을 찾아서- 언어 연구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사회언어학

1.“전공이 어떻게 되시나요?”가장 난감한 질문 가운데 하나다. 물론 질문한 사람이 누구인지, 그 상황이 어떠한지에 따라 그저 “국문과 나왔습니다.”라는 간단한 말로 대답이 가능할 수도 있다. 또 역사나 철학, 문학 전공자의 질문이라면 ‘어학’이라는 한 마디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예컨대 국어학 전공자들 사이에서 나온 질문이라면, 내 대답은 갈피를 잡지 못한다. 한때는 ‘사회언어학 전공’이라는 대답을 아무 거리낌 없이 한 적도 있다. 처음 학술발표를 한 곳도 한국사회언어학회였고, 난생 처음 학술논문을 게재한 곳 역시 >󰡕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인가 내 전공이 과연 사회언어학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또 사회언어학 전공을 자임하는 분들한테서 일종의 위화감 같은 것을 느끼기도 했다. 사회..

책일기 2021.05.25

어느 언어학자의 문맹 탈출기

서평. 백승주, , 은행나무, 2019.1.그는 언어학자이자 언어교육의 최전선에 있었던 언어교육학자이다.그리고 기호학과 언어심리학, 혹은 심리언어학에 조예가 깊다.그는 이 책에서 인간이 말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특히 언어적 규칙을 공유하지 않은 타자의 입장에서 겪은 다채로운 경험을 통해 이야기한다.그리고 언어학자이자 언어교육학자로서 상하이에서 보낸 1년을 소개한다.상하이의 뒷골목과 박물관, 백화점을 걷던 그는 느닷없이 신촌의 지하철과 이대역 근처의 자취방, 그리고 제주의 풍광과 역사로 우리를 안내한다.마오와 중국 공산당은 우리의 국가주의를 되돌아보게 하고, 상하이에 만난 기괴한 건축물을 통해 그의 일가가 겪은 4.3의 비극을 차분히 이야기한다.2.그와 나는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처음 만났다..

책일기 2020.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