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읽기

도쿄, 간다에서의 3박4일

pourm 2005. 1. 22. 08:15

1. (2005.1.17.월)
10시 비행기에 대느라 5시부터 일어나 부산을 떨었다.
환전을 하고 신발까지 벗어가며 출국 심사를 받았다.
비행기의 기내식은 생각보다 먹을 만했다. 맥주도 한 잔했다.

나리타에서 내렸고, 스카이라이너를 탔다. 일본 농촌의 풍경은 아담하고 평안해 보였다.
우에노에서 내렸고 우에노 공원에 들러 사이고 다카모리 동상 앞에 잠시 서 있다가 길을 재촉했다.
제이알선으로 아키하바라역까지 간 후 다시 전철을 갈아타고 스이도바시역에서 내렸다.
호텔에서 체크인을 하니 3시 반경.
기내식 이후로 아무것도 못먹어 배가 고팠다.
라멘을 사 먹었으나 너무 느끼했다. 식권을 자동발매기로 사야하는 집이었는데 말을 못알아 들어서 잠시 고생했다.



첫 행선지는 동경당서점.
1층에서 문고본 <현대사상의 모험>, 현대사상 2004년 9월호의 권외 특집 <북가이드 60>을 고르다.
2층 사전코너에서 백천정의 한자학 3부작 <자통>, <자훈>, <자해>를 구경하다.
호텔에 돌아 와서 캔맥주를 먹다가 경모형이랑 연락이 되어 스이도바시 역에서 아홉시 반경에 만나 맥주와 소주를 얻어먹고, 수요일 저녁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짐.

2. (2005.1.18.화)
8시에 아침밥으로 호텔 2층의 식당에서 갈비탕을 먹고 방에서 약식 회의를 하다. 실장님이 조사해 오신 아이템을 검토하는 식.
삼성당 서점 문고코너에서 오전 시간을 보냄. <근대일본사상안내>라는 책을 삼.

점심은 튀김짐에서 덴부라 덥밥을 먹음. 인근의 직장 사람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한 그득, 매우 혼잡했다.
점심 후에는 호텔에 책을 부려 놓은 후 다시 나와 고서점을 위주로 돌아 다녔다. 고서점이라고는 해도 새 책도 많이 있었고 또 상대적으로 싸지도 않았다.
어느 것은 문고판임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렇기 때문에?) 원래 가격의 몇배를 받는 경우가 있었다.
백천정의 <상용한자>를 여러번 들춰보다가 결국은 사지 못했다.
롯데리아에서 음료를 먹고 다시 이런저런 서점엘 들렀다.

저녁은 실장님 처남을 만나 셋이서 먹었다.
꽤 분위기가 좋은 돈가스집. 정식 일인분이 2천8백엔, 생맥주 일인분이 5백엔씩 했으니 꽤 비싼 편이었다. 모두 1만2천엔 정도가 나왔다.
배가 불렀으나, 호텔에 돌아와서 맥주를 몇잔 더했다.

3. (2005.1.19-20)
호텔 식당에서 아침으로 육개장을 먹고 9시 반경, 삼성당으로 향했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곳이 많았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마쓰이 빌딩 주위를 돌았다. 매우 세련된 건물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10시경 삼성당 문고로 갔다. 우선 언어학 코너로 갔는데, 특별히 눈에 띄는 책이 없었다.
서울에서 보고 간, 소쉬르 <일반언어학강의>(4천엔)와 <일반언어학강의 제3강 노트>(5천엔)를 여러 번 들춰 보다가 결국 사지 못했다.
<언어적 근대를 넘어서>가 눈에 띄어 꼼꼼히 살펴보았다. 흥미있는 책이었다.
잠깐 언어학 코너를 본 후 전날과 마찬가지로, 이날 역시 역사학 코너를 샅샅히 뒤졌다.


점심으로 가쓰돈이라는 돈가스 덥밥을 먹고 이번엔 동경당 서점으로 갔다.
우선 언어학 코너로 행했다. 삼성당보다 훨씬 분류가 세밀하게 잘 되어 있었다.
고영진 선배가 번역해서 돌베개로 원고를 넘겼다는 <언어제국주의란 무엇인가>도 보였고 이연숙 선생의 <국어라는 사상>도 보였다.
<국어와 방언의 사이: 언어구축의 정치학>이란 책과, 삼성당에서 눈여겨 보았던 <언어적 근대를 넘어서>를 샀다.
<국어와 방언>이란 책은 일전 역사학 대회 때 산, 소창진평과 시지성기 관련 책을 쓴 바로 그이의 책이었다. 68년생이니 매우 젊은 연구자인 셈이다.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 하면 오바도 한참 오바일 터이지만 묘한 감정이 드는 것은 사실.


저녁에는 경모형과 마유 누나, 형정 누나를 만났다. 실장님도 자리를 함께 해 모처럼 만에 화기애애한 술자리를, 도쿄 간다 서점 동네에서 가졌다.
마유 누나는 토요일 시험이 있어서 먼저 가고 나머지는 노래방을 찾으러 나왔으나 보이지 않았다.
실장님은 호텔로 돌아갔고, 나는 선배들을 따라 기숙사로 구경을 갔고, 밤새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때로는 열변을 토하기도 하고 때로는 익살스런 웃음을 짓기도 하며...
새벽 공기는 생각한 것보다 탁했다. 담배를 많이 피운 탓도 있었겠으나 속이 매스꺼웠다.
호텔에서 잠시 눈을 붙인 후, 공항으로 향했다.

서울은 도쿄보다 무척 추웠다. 그리고 책은 매우 무거웠다. 다리는 천근만근에 눈꺼풀은 수시로 내려 앉았으나, 어머니가 끓여주신 밥은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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