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 3

2025년, 그래 그거면 됐다

그래 이 정도면 됐다. 비록 아직 마치지 못한 글이 남아 있지만, 그래도 매일 한 단락일지언정 쓰고 있지 않은가. 단 한 문장이라도 매일 쓴다는 다짐. 그래 올해도 이만하면 됐다. 2025년 가장 잘한 일은 아마도 밤 운전을 하지 않기로 한 것. 8월 운전면허 갱신 때 고심했고, 11월 안과 진료 때 결심. 그리하여 12월부터 버스로 출퇴근. 무수막 마을에서 내려 말라비틀어진 논과 대추밭 사이를 지나, 매지호를 끼고 돌아 연구실로 들어오는 길. 슈베르트의 첼로 소나타(양성원)를 들으며 걷는 호사! 올해의 책. 단연코 ,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한 이 두 책. 아들놈이 따라 읽으며 관심을 보인다. 생각 못했던 일이다. 녀석이 나랑 같은 책을 읽는 날이 올 줄이야. (비록 요즘은 김진명을 읽더만)..

삶읽기 2025.12.31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사이토 고헤이, , 다다서재, 20211. 인문학/한국학과 정치경제학 비판의 문제. 예컨대 농업 자본주의의 발전을 핵심으로 하는 '내재적 발전론'은 한때 한국 역사학은 물론이고 문학사를 규정하는 정치경제학이었다. 근대의 시점을 영정조 시기까지 끌어올리는 김현 김윤식의 한국문학사가 내재적 발전론에 입각해 있음은 물론이다. 문학사에서의 근대를 19세기 말까지 내려 잡는 경우라 하더라도 예컨대 근대적 서사 양식(소설)의 기원을 전통적인 서사물에서 찾으려하는 시도 역시,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내재적 발전론이라는 정치경제학에 기대고 있는 셈이다. 2000년대 이후 탈민족주의, 탈시민주의, 트랜스내셔널 담론은 그렇다면 어떤 정치경제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가? 국민국가 담론에 대한 비판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진보..

책일기 2025.12.26

<다른 우주의 문법>

1. 그런 콤플렉스가 있었다. 왜 언어학을 전공하는 이들은, 일테면 김현이나 김우창 같은 글쟁이가 없는가. 미문에 대한 동경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건조하다 못해 뼈만 앙상하게 남은 것 같은, 그리고 그러한 문장을 지향해야 할 모범으로 간주하는 언어학 연구자들의 분위기에 나는 질식할 것만 같다. 물론 고종석 같은 예외적인 경우가 없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자의식과는 별도로 그를 언어학 연구자로 인식하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는 어쨌거나 기자이다. 송건호가 역사, 리영희가 국제정치라면, 고종석은 아마도 전무후무할 언어학을 전문으로 하는 기자였다. 나 역시 고종석의 글을 읽으며 '다른' 언어학을 꿈꾸었듯, 백승주도 그랬다. 그러나 나는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했으나, 백승주는 움베르트 에코와 롤랑 바..

책일기 2025.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