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읽기

한 번만 더

pourm 2006. 10. 15. 11:38



1.
10월의 목련이라니... 늦어도 한참이나 늦은 게지
맥주에 오뎅이라니... 이리도 어울리지 않는 짝이

그이의 표정은 생각보다 단호했고
나는 아득했다.

서늘한 기운이 가슴을 파고 들었고

아찔했다
그리고 뜻밖에 상황은 분명해졌다

2.
멀어지는 나의 뒷모습을 보며는
떨어지는 눈물 참을 수가 없다고
그냥 돌아서서 외면하는 그대의 초라한 어깨가 슬퍼
이제 다시 볼 수 없을 거란 인사에 나의 눈에 고인 눈물 방울 흐르고
그대 돌아서서 외면하고 있지만 흐르는 눈물을 알아
이렇게 쉽게 끝나는 건가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모습인가
헤이 한번만 나의 눈을 바라봐 그대의 눈빛 기억이 안나 이렇게 애원하잖아
헤이 조금만 내게 가까이와봐 그대의 숨결 들리지 않아 마지막 한 번만 더 그대의 가슴에 안기고 싶어

3.
남해 금산식의 사랑은 이제 졸업했다는 투로
짐짓 어른인 체 했지만,
착각이었나 보다
감정 노름을 한껏하고 있었다 나는.
삼류 신파는 막이 내려지자마자, 눈물이 다 마르기도 전에, 토악질이 난다
그러나 별것 아니다. 토악질 한번이면 다시 생각나지도 않는 게 신파니까

그의 단호한 입술을 훔쳐 보면서 나는 알았다
게다가 이 신파는 이쪽 혼자만의 것이었음을.

4.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라 느껴도
헤어져야 하는 사랑인 줄 몰랐어
그대 돌아서서 외면하는 이유를 말하여 줄 수는 없나
이렇게 쉽게 끝나는 건가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모습인가
헤이 한번 만 나의 눈을 바라봐 그대의 눈빛 기억이 안나 이렇게 애원하잖아
헤이 조금만 내게 가까이 와봐 그대의 숨결 들리지 않아 마지막 한 번만 더 그대의 곁에 잠이 들고 싶어

헤이 한번 만 나의 눈을 바라봐 그대의 눈빛 기억이 안나 이렇게 애원하잖아


5.
목련이 터지는 4월에 만났으면 어땠을까
찬바람과 오뎅과 뎁힌 정종의 맛을 아는 이였으면 달랐을까

이제 이 유치한 신파를 끝까지 밀고 나갈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할 때다.
끝까지 밀고 나가기에는 그러나 내 감정이 너무 피곤하다.

(2006.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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