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시경은 1906년의 저작 『國文講義』의 말미에서 자신은 국문을 가지고 재주나 넘는 한낱 ‘어릿광대’가 될 터이니 고명한 분들께서 이를 연구, 수정하여 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그러나 주시경은 바로 이 시점에 ‘자율적 실체로서의 언어’를 ‘발견’했던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때부터 ‘國語’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현실적으로 발화되는 구체적인 음이나 형태가 아니라 이를 가능하게 하는 추상적인 ‘본음, 원체, 격식’을 이 ‘國語’에 연결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는 이 시점부터 기존의 기독교적 흐름에서 일정 정도 일탈하여 박은식이나 신채호로 대표되는 개신(改新) 유학과 일정한 관계를 맺는 것으로 보인다. 이 새로운 ‘접속’을 통해 ‘國語’는 드디어 어렴풋이 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이다..